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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게 온 풍경
/작가노트/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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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요즘 세대를 ‘인증’세대라고 할 만큼 사진은 일상이 되었다
누구든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, 인화 또한 참 편리해졌다. 놀라운 디지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.

 화려한 사진 작품 속에 살다가 스티글리츠의 흑백 사진을 보게 되었다.
그 어떤 칼라 사진보다 화려했고, 묵직했고, 강렬했다. 그렇게 흑백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. 
이 디지털 시대에 말이다.

흑백 사진은 어느 것 하나 쉬원 것, 편한 것이 없다.
디지털 카메라였으면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어볼 수 있지만, 필름 카메라는 한 장, 한 장이 신중하다 못해 긴장까지 된다. 물 온도 1도, 현상시간 1초까지 조절해가며 인화해야만 한다.

 인화가 끝나기 전까지 어떤 모습으로 작품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흑백 필름의 아날로그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. 그래서 어느 것 하나 온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.

원하는 이미지가 어둠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순가,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을 느낀다.
어떤 날은 너무 좋은 나머지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, 또 다른 날은 너무 실망하여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.
원하는 작품을 얻었을 때는 내 삶이 꽉 채워진 느낌이다.

 그 동안 주로 디지털 프로세스에 의존해 작업하다가, 흑백으로는 처음 발표하는 이 전시는 너무 소중해 꼭꼭 숨겨 두고픈 보물을 내어 놓는 심정으로 열게 되었다.

 고전방식인 흑백프린트(Gelatine Silver print)와 백금인화(Platinum & Palladium print)로 제작했고, 자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에 감사드리며,  안나(나의 세례명)의 풍경들을 담고 싶었다. 

 사진과 함께하는 삶의 여정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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